한강뷰
제14화 그들은 떠났다
배달을 마치고 돌아왔다.
몸이 천근만근이었다. 다리는 계단을 몇 번이나 오르내린 끝에 후들거렸고, 팔과 어깨는 저릿하게 뻐근했다.
유니폼 안은 땀으로 절어 있었다. 셔츠는 뻣뻣하게 굳어 있었고, 팔을 들 때마다 축축하고 짭짤한 땀냄새가 코를 찔렀다.
쿠팡 유니폼을 벗어 바닥에 내팽개쳤다.
비린듯한 땀내가 방 안을 가득 채웠다.
소파에 몸을 던졌다.
심호흡을 몇 번이나 하고서야 스마트폰을 집어 들었다.
그때 알림창이 떴다.
[공지] 조한결 사원 퇴사 송별회 일정 안내
박진수는 멍하니 화면을 내려다보았다.
‘송별회…?’
자신은 이미 회사에서 퇴사한 몸이었다. 그렇지만 팀 단톡방은 나가지 않고 그냥 둔 상태였다.
아무 생각 없이 두었던 것이, 이제 와서는 더 괴롭게 다가왔다.
한참을 멍하니 있다가 평소 친했던 팀원 한 명에게 메신저를 보냈다.
“야, 한결 왜 퇴사했대?”
곧 답장이 왔다.
“몰라. 개인사정이라고만 하고 말 안 하더라. 며칠 전부터 인수인계 하더니 조용히 나갔어.”
박진수는 스마트폰을 내려다본 채 숨을 내쉬었다.
그믐달.
며칠 전 술자리에서 힐끗 본 화면이 다시 떠올랐다.
굳이 물을 필요도 없지. 자유… 뭐, 그런 거겠지.
입술을 꾹 다물었다.
그 자유라는 말이 유난히 속을 쓰리게 했다.
잠시 뒤, 개인 카톡 알림이 떴다.
[조한결] 형, 저 사실 두바이로 갑니다. 그동안 정말 감사했습니다. 조만간 꼭 식사 한 번 대접하고 싶어요.
카톡 창이 밝게 빛났다.
박진수는 화면을 한참 내려다보았다.
손가락이 답장창 위를 맴돌았다. 그러나 단 한 마디도 떠오르지 않았다.
나는 지금 쿠팡 알바를 뛰고 있는데….
그 문장만 머릿속에서 빙빙 돌았다.
결국 스마트폰을 내려두었다.
가슴 한켠이 싸늘하게 식어갔다.
새벽 공기가 창문 너머로 스며들었다.
몸은 아직 식지 않은 채 축축했다.
땀이 식을 틈도 없이 다시 유니폼을 주섬주섬 챙겼다.
축축하게 젖은 옷을 다시 입으려니 온몸이 거부감을 일으켰다.
그러나 멈출 수는 없었다.
앱에서 새로 할당된 배달지를 확인했다.
한강변 인근 지역.
가방을 메고 다시 길을 나섰다.
찬 바람이 얼굴을 때렸다.
피곤으로 감긴 눈꺼풀을 억지로 들어 올렸다.
엘리베이터 없는 건물 계단을 오르고, 가파른 언덕길을 지나며 땀이 다시 흐르기 시작했다.
한참 뒤, 첫 배달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박진수는 한강변 난간에 멈춰 섰다.
한 손으로 허리를 짚고 숨을 골랐다.
저 멀리 리버바이성동의 건물들이 어스름한 새벽빛 속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 아래에서 반짝이는 자동차 불빛들. 이른 아침 출근길로 바삐 움직이는 세상.
손에 쥔 배달 가방이 유난히 무겁게 느껴졌다.
스마트폰을 꺼냈다.
이상훈의 인스타그램 화면. 조한결이 보낸 카톡. 팀원에게서 들은 전언.
손끝이 화면을 가만히 쓸었다.
눈앞의 강물은 고요했지만 마음속은 뒤틀리고 있었다.
나는… 뭐하고 있는 거지.
그 물음에 대한 답은 끝내 떠오르지 않았다.
가방을 다시 메고 발걸음을 옮겼다.
새벽 공기가 더 차갑게 느껴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