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뷰 – 제6화

한강뷰 제6화 투명한 벽 너머 금요일. 해가 뜨기 전부터 박진수는 잠을 설쳤다. 자꾸만 메일 제목이 떠올랐다. ‘구조조정 면담 안내’ ‘금요일 오후 2시’ 시계를 보니 오전 5시 40분이었다. 다시 눈을 감으려 했지만, 맥박이 빠르게 뛰었다. 출근길 지하철. 이어폰 너머로 코털아저씨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국민 여러분! 지금의 싸움은 단순한 선거가 아닙니다! 투기 자본, 외국계 펀드가 이 나라 기업을 어떻게 망가뜨리고 있는지 보십시오!” “그래. 우리 회사도 똑같아.” 주먹을 쥔 채 박진수는 이를 악물었다. 오전 시간은 비현실처럼 흘러갔다. 메일 확인도, 보고서 작성도 손에 잡히지 않았다. 12시가 넘어가자 허공을 바라보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복도로 나가려던 순간, 인사팀 박주임과 또 마주쳤다. 이번엔 눈도 마주치지 않고 그냥 지나쳤다. 그 순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박진수는 사장 면담 신청서를 작성해 올렸다. [내용 : 구조조정 면담과 관련하여 사장님과 직접 면담 요청합니다.] 보내는 버튼을 누른 뒤 심호흡을 깊게 했다. ‘난 그냥 가만히 당하고 있을 순 없어.’ 오후 1시 55분. 인사팀 회의실 문 앞에 도착했다. 손이 식은 채로 문을 두드렸다. “들어오세요.” 문을 열자 사장 이민정—사내에선 모두 ‘이변’이라 부르는 인물—이 자리에 앉아 있었다. 깔끔한 정장 차림에 표정은 차분했다. 박진수가 자리에 앉자 이민정은 서류 한 장을 펼쳤다. “박진수 차장님. 오늘 면담 사유는 이미 전달받으셨을 겁니다.” “네.” “당사의 현재 경영상황과 LJM 파트너스 측의 경영 효율화 지침에 따라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입니다.” 목소리는 감정이 없었다. 마치 텍스트를 읽는 듯했다. 박진수는 입술을 깨물었다. “저는 경영관리팀에서 핵심 파트너사 관리 업무를 맡아왔습니다. 그동안 성과도 인정받았고요.” 이민정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 파악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조정은 성과나 개인 역량과 무관하게 전반적인 비용 구조 최적화를 위한 것입니다.” “그게 말이 됩니까? 그동안 팀원들과 파트너사 관리 최선을 다했는데….” “AI 기반 관리 시스템이 도입되면서 일부 관리 인력의 중복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현재로서는 인적 자원 유지보다 시스템 전환이 더 효과적이라는 판단입니다.” 박진수는 목에 핏대가 올랐다. “그러니까 제 정치 성향이나 노조 활동 때문에 그러는 건 아니란 말씀이십니까?” 이민정은 처음으로 박진수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그와는 무관합니다. 구조조정 대상은 시스템 최적화 기준에 따라 선정되었습니다.” 말투는 건조했고, 더 이상 감정의 틈을 주지 않았다. 박진수는 더 말을 잇지 못했다. “추후 절차에 대해서는 인사팀에서 상세 안내 드릴 예정입니다.” 면담은 거기서 끝났다. 회의실 문을 나서는 순간, 다리가 후들거렸다. 복도 끝까지 걷는 동안 온몸이 뻣뻣해졌다. ‘그냥… 이렇게 끝나는 건가?’ 집으로 돌아오는 지하철 안. 박진수는 다시 민주당 시민운동 카톡방에 접속했다. 분노와 허탈함이 뒤섞여 손가락이 저절로 움직였다. “외국계 PEF 자본 때문에 제가 구조조정 대상이 됐습니다. 여러분, 이런 현실을 우리가 외면하면 안 됩니다!” 몇 초 뒤 댓글이 달렸다. “형님… 좀 쉬시는 게 좋을 듯해요.” “요즘 형님 너무 예민해 보여요.” “리버바이성동 뷰 좋은 집 사셨으니 너무 스트레스 받지 마시고요.” 박진수는 핸드폰을 내려다보았다. “다들 왜 이래…? 우리가 같이 싸운다고 했잖아.” 속이 뒤틀렸다. 볼륨을 최대로 높여 코털아저씨의 영상을 틀었다. “지금 우리를 무너뜨리려는 세력이 누구입니까! 싸워야 합니다! 투명한 벽 너머에서 웃고 있는 그들을 향해!” 이어폰을 꽉 눌러 귀에 끼웠다. ‘그래. 싸워야지. 절대 무너지지 않을 거야.’ 집에 돌아오자 아내가 기다리고 있었다. “여보, 오늘 회사에서 무슨 일 있었어? 얼굴이 안 좋아.” “그냥… 별일 아니야.” “여보, 이제 그만 좀 버텨. 천장 물도 더 심해졌어. 오늘 낮에 관리사무소 직원이 왔는데 아마 외벽 문제일 가능성이 크대.” 박진수는 짜증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괜히 호들갑 떨지 마. 내가 해결한다고 했잖아.” “호들갑? 지금 천장에서 물 뚝뚝 떨어지는데 이게 호들갑이야?” 아내의 목소리가 떨렸다. “당신, 요즘 이상해. 커뮤니티에 하루종일 글 올리고 유튜브만 보고… 회사도 그렇고, 이 집도 그렇고 당신만 아니라고 하잖아.” 박진수는 말문이 막혔다. 한참 후에야 겨우 내뱉었다. “나는 지금 이겨내고 있는 거야. 다 버티고 있는 거라고.” 그러나 그 말이 자기 자신에게조차 설득력 없게 들렸다. 소파에 앉아 박진수는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물자국은 더 번졌고, 한쪽 벽지마저 살짝 들떠 있었다. 이어폰에서는 여전히 코털아저씨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우리는 바르게 돌려놓겠습니다! 우리의 손으로 반드시!” 그러나 그 목소리도 이제는 마치 투명한 벽 너머에서 울리는 메아리처럼 멀게만 느껴졌다. 박진수는 턱을 괴고 한숨을 내쉬었다. ‘나는 괜찮을 거야. 나는…’ 말을 잇지 못한 채, 텅 빈 거실에 혼자 남았다.

한강뷰 – 제5화

한강뷰 제5화 붉은 종이 한장 월요일 아침, 박진수는 기묘한 긴장감을 느끼며 회사로 향했다. 주말 내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던 건 천장의 물자국도, 민주당 커뮤니티 댓글도 아니었다. 희망퇴직, 구조조정. 그 단어들이 귓가에 맴돌았다. 지하철 손잡이를 잡은 손에 땀이 맺혔다. 이어폰에서는 코털아저씨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국민 여러분! 우리가 끝까지 싸워야 합니다! 투기 세력, 부패 기득권, 모두 무너뜨려야 합니다!” “그래, 싸워야지.” 스스로에게 되뇌었지만, 속은 불안으로 뒤덮여 갔다. 사무실에 들어서자 동료들의 분위기는 전과 달랐다. 속삭임이 더 잦아졌고, 모니터 너머로 쏠리는 시선이 눈에 띄었다. 박대리가 슬쩍 다가왔다. “형… 그거 들었어요? 오늘부터 구조조정 면담 시작한대요. 인사팀에서 리스트 뽑았대.” “진짜야?” 목소리가 의도치 않게 떨렸다. “응. 아침에 인사팀에 있던 친구가 그러더라. 대상자한테는 오늘 중에 개별 통보 간대.” 박진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모니터를 바라보았다. 화면 속 엑셀 파일의 숫자들이 흐릿하게 보였다. 점심 무렵, 사무실로 돌아오던 길이었다. 복도에서 인사팀 박주임과 마주쳤다. 박주임은 눈길을 피하며 고개를 살짝 숙였다. 그 작은 제스처가 오히려 불안을 증폭시켰다. ‘설마… 나?’ 손끝이 차갑게 식었다. 오후, 박진수의 메일함에 ‘구조조정 면담 안내’라는 제목의 메일이 도착했다. [면담 일시 : 금요일 오후 2시 / 장소 : 인사팀 회의실] 그는 모니터 앞에 앉아 한참을 멍하니 앉아 있었다. 겨우 정신을 추스르고 휴게실로 내려갔다. 스마트폰을 꺼내 민주당 시민운동 카톡방에 들어갔다. “적폐 자본에 맞서 싸우는 여러분, 지금 우리는 더 단결해야 합니다.” 누군가 올린 문장에 박진수는 불현듯 댓글을 달았다. “우리 회사도 지금 외국 자본에 먹히고 있습니다. 구조조정 강행 중입니다. 우리 모두 함께 싸워야 합니다!” 몇몇 ‘좋아요’가 달렸지만, 이전처럼 열띤 반응은 없었다. 오히려 한두 명이 댓글을 남겼다. “형님, 요즘 좀 예민하신 듯… 건강 먼저 챙기세요.” “형님, 리버바이성동 한강뷰 사셨다면서요? 조금 조심하셔야…” 박진수는 입술을 깨물었다. “이게 동지들이냐…” 화면을 끄고 자리로 돌아왔다. 저녁 퇴근 후 집으로 돌아오니, 아내는 거실에서 박진수를 기다리고 있었다. “여보, 오늘 관리사무소에서 또 연락 왔어. 아직 원인 못 찾았대.” “그래? 알겠어. 내가 내일 다시 얘기해볼게.” 무심하게 답하며 가방을 내려놓았다. 아내는 한숨을 내쉬었다. “여보, 우리 진짜 이 상태로 계속 살 수 있을까? 나 솔직히 너무 스트레스 받아.” “별일 아니라고 했잖아.” “그렇게 말만 하고… 회사도 요즘 불안하다며? 당신 표정이 다 보여.” 박진수는 움찔했다. “그건 내 일이야. 집에서는 좀 조용히 넘어가자.” 아내는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 눈빛은 냉랭했다. 늦은 밤, 박진수는 홀로 소파에 앉아 있었다. 천장 물자국은 여전히 그대로였다. 어쩌면 더 번진 것 같기도 했다. 스마트폰을 들어 민주당 커뮤니티에 접속했다. 코털아저씨의 최신 방송이 올라와 있었다. “국민 여러분! 이번 싸움은 우리 생존의 문제입니다! 올바른 대한민국, 반드시 우리가 바르게 돌려놓겠습니다!” 볼륨을 높였다. 그 강한 목소리가 불안과 분노를 덮어주길 바랐다. 그러나 오늘따라 그 말들이 허공을 맴도는 듯했다. 눈길은 자꾸만 인사팀에서 온 메일 제목으로 향했다. ‘구조조정 면담 안내’ 붉은 종이 한 장처럼 눈에 박혀 있었다. “나는 괜찮을 거야. 나는 리버바이성동에 살고… 홈바이홈 차장이야.” 중얼거리며 자신을 다독였다. 그러나 그 말조차 점점 공허하게 울렸다.

한강뷰 – 제4화

한강뷰 제4화 원인불명 주말 아침, 박진수는 느지막이 일어나 거실로 나왔다. 천장 쪽을 흘긋 보았다. 눈에 띄게 번진 물자국이 시야를 가로질렀다. “참나…” 투덜거리며 관리사무소로 전화를 걸었다. “네, 1703호입니다. 지난번에 기사님 다녀가셨는데요, 상태가 더 심해졌어요. 이거 어떻게 된 겁니까?” 상대방은 잠시 머뭇거렸다. “아… 죄송합니다. 원인을 찾는 중인데 아직 명확하게 확인이 안 돼서요. 윗집에서도 문제 없다고 하고, 외벽 쪽은 확인 중입니다.” “아니, 그럼 이 상태로 그냥 두란 말이에요?” “저희도 최대한 빨리 확인해 보겠습니다.” 전화를 끊은 박진수는 씩씩거렸다. “이게 신축이야? 이런 꼴을 보고 있으라고?” 아내 김수진이 다가왔다. “여보, 이거 정말 괜찮은 거 맞아? 점점 심해지는 것 같아.” “괜찮아. 원인만 찾으면 돼.” “그렇게 말만 하지 말고, 전주인한테도 한번 물어봐.” 순간 짜증이 치밀었지만, 더 이상 모른 척할 수는 없었다. “알겠어. 연락해 볼게.” 그는 핸드폰을 들고 매매계약서에서 전주인의 번호를 찾아냈다. 계약하던 날이 떠올랐다. 그날 그는 중개사무소에서 처음으로 전주인과 마주쳤다. 츄리닝 바람에 모자를 눌러쓴 젊은 남자가 포르쉐 911을 타고 나타났다. 쇼핑백 하나만 들고 들어왔고, 종이컵 커피를 홀짝이며 계약서를 넘겼다. 주민등록번호를 확인할 때 박진수는 순간 두 눈을 의심했다. 27세. ‘스물일곱?’ 그는 계약서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그날 중개사가 슬쩍 말했다. “강남3구에 몇 채 더 있는 거 같더라고요. 성동구는 그냥 투자로 하나 들고 있다가 이번에 정리하는 거래요.” 그 말이 귓가에 맴돌았다. ‘나는 12년을 모아야 겨우 샀는데…’ 씁쓸한 마음을 억누르며 핸드폰을 다시 바라보았다. 통화 연결음을 눌렀다. 길게 울린 뒤 상대방이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아, 안녕하세요. 리버바이성동 1703호 박진수입니다. 전에 매매하셨던 그 집인데요.” “아, 네네. 무슨 일이시죠?” “거실 쪽 천장에서 누수가 발생했는데 혹시 전에 이런 문제 없으셨나요?” 상대방은 한 박자 늦게 대답했다. 목소리는 낮고 태연했다. 말끝에는 묘하게 비웃는 듯한 뉘앙스가 섞여 있었다. “누수요? 전 임차인 아저씨는 그런 말 없었던데?” 피식 웃는 소리가 전화기 너머로 희미하게 들렸다. 박진수는 속이 부글부글 끓었다. “정말요? 최근에 외벽이나 배관 공사 같은 건 없으셨고요?” “네, 없었어요. 그리고 하자 책임은 인수인계 시점으로 끝나는 건… 혹시 아시죠?” 말투는 더 느긋해졌고, 박진수는 더 울컥했다. “책임을 묻는 건 아니고, 혹시 알고 계신 문제가 있었던 건지 여쭤본 겁니다.” 상대방은 쿨하게 대꾸했다. “그런 거 없어요. 우리 땐 멀쩡했으니까요. 혹시 문제 있으면… 뭐, 소송이라도 하시던가요?” 뚝. 전화가 끊겼다. 박진수는 핸드폰을 내려다보았다. “참… 저런 놈들이 왜 저렇게 뻔뻔하지?” 혼잣말이 저절로 나왔다. 분을 삭이기 위해 민주당 지지 커뮤니티에 접속했다. 코털아저씨 영상이 링크된 게시글들이 올라오고 있었다. 그는 글을 썼다. “요즘 리버바이성동 입주했는데 누수가 심하네요. 관리사무소도 원인 못 찾고 전주인도 나몰라라 합니다. 진짜 부동산 적폐 너무 심합니다.” 몇 분 지나자 댓글이 달렸다. “한강뷰 아파트 사신다구요? 여기 계시면 안 되는 거 아닌가요? ㅎㅎ” “거기 대충 시세 20억 하는 거잖아요? 투기꾼 척결은 본인부터…” 박진수는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 “내가 투기꾼이랑 같아?” 입술을 깨물며 댓글창을 닫았다. 저녁, 아내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여보, 이 상태로 계속 살아야 돼? 물이 계속 번지는데…” “문제 금방 해결될 거야.” “그렇게만 말하고 아무 조치도 없잖아. 뭐라도 좀 해봐.” 박진수는 버럭 소리를 질렀다. “여기까지 오느라 얼마나 고생했는데! 고작 물 좀 샌다고 징징댈 일이야?” 아내는 눈을 붉히며 방으로 들어갔다. 박진수는 털썩 소파에 주저앉았다. 답답한 마음에 스마트폰을 꺼냈다. 코털아저씨의 최신 영상을 클릭했다. “국민 여러분! 우리가 반드시 부패 기득권을 무너뜨려야 합니다!” 볼륨을 높였다. 강한 목소리가 쏟아졌다. “우리가 바르게 돌려놓겠습니다!” 그러나 그의 눈은 자꾸만 거실 천장으로 향했다. 물자국은 더욱 선명해져 있었다.

한강뷰 – 제3화

한강뷰 제3화 균열의 시작 아침, 출근 준비를 마친 박진수는 언제나처럼 현관문을 나섰다. 이어폰을 귀에 꽂고 스마트폰으로 유튜브를 켰다. 코털아저씨의 최신 영상이 자동으로 재생되었다. “국민 여러분! 민정운 후보님의 지지율이 급상승하고 있습니다! 투기 공화국을 무너뜨릴 진짜 주자가 누군지 이제 다들 아시겠죠?” 박진수는 흐뭇하게 웃었다. “그럼. 이번엔 우리가 반드시 승리해야지.” 스스로에게 되뇌며 발걸음을 옮겼다. 사무실에 도착하자 묘한 기류가 감돌고 있었다. 팀원들이 삼삼오오 모여 수군거렸다. “혹시 들었어요? 이번에 또 희망퇴직 얘기 나온다던데.” “진짜? 지난번에 한 번 정리했잖아.” “이번엔 좀 더 크게 할 거라는 말이 있어요. LJM 파트너스에서 지시가 내려왔다고…” 그 대화를 엿들은 박진수는 얼굴을 굳혔다. “LJM? 그 박민석 회장 그쪽?” 본능적으로 불쾌한 감정이 치밀었다. “또 외국 자본이 이 나라 회사를 휘두르는 거지. 이런 게 나라냐.” 속으로 씹듯 중얼거리며 자리에 앉았다. 오전 내내 집중이 잘 되지 않았다. 메일을 확인하다가도, 엑셀 시트를 열어놓고서도 자꾸만 구조조정이라는 단어가 머릿속을 맴돌았다. “그래도 나는 괜찮겠지. 경영관리팀, 그것도 파트너사 관리 쪽인데…” 애써 자신을 다독였다. “괜찮아. 내가 리버바이성동 주민인데 뭘.” 혼잣말을 내뱉고는 헛웃음을 지었다. 점심시간. 사무실 동료 박대리가 다가왔다. “형, 이번에 리버바이성동 갔다며? 리버뷰 죽이던데.” 박진수는 기다렸다는 듯 어깨를 으쓱였다. “거실에서 한남대교 다 보여. 야경이 끝내줘.” “오… 역시 형은 진짜 성공하셨네.” 흐뭇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지만, 속으로는 약간의 허전함이 일었다. ‘성공… 성공이라고 할 수 있을까.’ 그 생각은 곧 사라졌다. 그는 다시 허세 어린 미소를 띠었다. 퇴근 무렵. 지하철 안에서 박진수는 코털아저씨의 영상을 또 들었다. 이어폰 볼륨을 높이며 화면을 바라보았다. “국민 여러분! 우리가 지금 싸우는 상대는 단순한 정치인이 아닙니다. 김정희 같은 적폐 중의 적폐! 그 아들 취업비리, 성비위 사건! 절대 용서받아선 안 됩니다!” “맞아. 우리가 반드시 막아야 해.” 주먹을 꽉 쥐며 속으로 되뇌었다. ‘이럴 때일수록 더 정신 차려야지.’ 현관문을 열고 집에 들어서자 아내 김수진이 거실에서 천장을 가리켰다. “여보, 저기… 또 물방울 맺혀 있던데.” 고개를 들어 천장을 바라보았다. 지난번보다 물자국이 조금 더 번져 있었다. “입주 청소 문제겠지. 원래 새집엔 이런 일 가끔 있어.” 아무렇지 않은 듯 말했지만, 마음 한구석이 쿡쿡 찔렸다. “관리사무소에 한번 문의해 보는 게 어때? 그냥 두기엔 좀…” 짜증이 올라오는 걸 느꼈다. “괜찮아. 괜히 호들갑 떨지 마. 내가 알아서 할게.” 아내는 더 이상 말을 잇지 않았다. 그러나 그녀의 얼굴에는 뚜렷한 걱정이 어렸다. 거실 소파에 앉아 스마트폰을 꺼냈다. 관리사무소로 전화를 걸었다. “네, 저 리버바이성동 1703호인데요. 거실 천장 모서리 쪽에 물방울이 좀 보이는데요.” 관리사무소 직원의 당황한 목소리가 들렸다. “어… 1703호요? 최근까지 누수 신고는 없었는데요. 혹시 다른 원인일지도 몰라서요. 내일 기사님 한번 보내드릴게요.” “네, 알겠습니다.” 전화를 끊었지만 찜찜한 기분은 가시지 않았다. “별일 아니겠지.” 혼잣말로 스스로를 안심시키려 했지만, 시선은 자꾸만 천장 쪽으로 향했다. 이튿날 아침. 거실에 나와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물방울이 조금 더 커진 듯 보였다. 애써 시선을 돌렸다. 스마트폰을 켜고 유튜브를 실행했다. 코털아저씨의 최신 영상이 재생되었다. “국민 여러분! 올바른 대한민국, 바르게 돌려놓겠습니다! 우리가 끝까지 함께 해야 합니다!” “그래, 끝까지.” 주먹을 쥐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머릿속에서는 구조조정이라는 단어가 떠나지 않았다. 사무실 복도에서는 구조조정 이야기가 더 노골적으로 퍼지고 있었다. “이번엔 희망퇴직 아니라 구조조정 형태로 갈 거래.” “진짜야? 팀장급도 예외 없대.” 심장이 쿵 내려앉는 듯했다. ‘설마… 내가?’ 곧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난 괜찮아. 홈바이홈 차장인데.” 그러나 머릿속은 복잡해졌다. 저녁 늦게 집에 돌아왔다. 아내가 말했다. “관리사무소에서 기사님 다녀갔다고 메모 남겼더라.” 고개를 끄덕이며 물었다. “뭐래?” “정확한 원인은 모르겠대. 윗집 수도관 문제일 수도 있고, 외벽에서 들어온 물일 수도 있대.” 한숨을 쉬었다. “크게 신경 쓰지 마. 별일 아니야.” 그렇게 말했지만, 속은 편치 않았다. 거실 소파에 앉아 한강 야경을 바라보며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물자국은 여전히 남아 있었다. 그 아래 작은 물방울이 또르르 떨어졌다. “별일 아니겠지. 별일 아니야.” 혼잣말로 되뇌었다. 그러나 그 말조차 점점 공허하게 들렸다.

한강뷰 – 제2화

“`html 한강뷰 제2화 우리가 기다려온 시대가 온다 새벽 6시 30분. 스마트폰 알람이 울리기 몇 분 전, 박진수는 이미 눈을 떴다. 창문 너머로 희뿌연 새벽빛이 들어왔다. 그는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침대에 앉아 멍하니 벽시계를 바라보다가, 어젯밤의 작은 광경이 문득 떠올랐다. 거실 천장 모서리. 그곳에서 맺혔던 작은 물방울 하나. “입주 청소 때 뭐 제대로 안 닦은 건가…” 혼잣말처럼 중얼거리며 고개를 저었다. 크게 신경 쓸 일은 아니라고 애써 넘겼다. 샤워를 마치고 양복을 입은 뒤, 출근 채비를 갖췄다. 현관문을 나서며 자연스럽게 이어폰을 귀에 꽂았다. 스마트폰을 열고 유튜브 앱을 실행했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익숙한 채널이었다. <코털아저씨의 민주주의 바로 세우기>. 박진수는 손끝으로 영상을 눌렀다. “오늘 아침 속보! 민정운 후보, 투기세력 박살낼 정책 발표” 라는 제목이 떠올랐다. 지하철역까지 걷는 동안, 코털아저씨의 쩌렁쩌렁한 목소리가 귀를 울렸다. “국민 여러분! 올바른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한 싸움입니다. 우리는 반드시 투기 공화국을 끝장내야 합니다! 민정운 후보님은 ‘올바른 대한민국, 바르게 돌려놓겠습니다’는 약속을 반드시 지킬 것입니다!” 잠시 숨을 고른 뒤, 코털아저씨의 목소리에 분노가 실렸다. “반면에 여러분, 상대 후보 김정희는 어떤 인간입니까? 희대의 개새끼입니다, 개새끼! 이 자는 아들 취업 비리에 성비위까지 터져 나왔지만, 일체의 대답도 못 하는 파렴치한 소시오패스 아닙니까!” 이어폰 너머로 쏟아지는 그 거친 목소리에 박진수의 심장은 쿵쾅거렸다. “맞아. 저런 놈이 대통령 되면 안 돼.”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이번엔 진짜 바꿔야 해. 우리가 기다려온 시대가 온다.” 지하철 좌석에 앉은 박진수는 영상을 계속 재생했다. “올바른 대한민국, 바르게 돌려놓겠습니다.” 화면 하단의 슬로건이 눈에 박혔다. 그는 입술을 달싹이며 몇 번이고 슬로건을 따라 중얼거렸다. “올바른 대한민국, 바르게 돌려놓겠습니다.” 주먹을 천천히 쥐었다 펴기를 반복했다. 민정운 후보의 목소리가 가슴 깊숙이 파고들었다. “이번엔 반드시 바뀐다. 우리 같은 사람이 당당하게 살아가는 세상이 올 거야.” 사무실로 향하는 엘리베이터 안. 이어폰은 잠시 뺐다. 도착하자마자 다시 껴야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목소리가 중독적이었다. 경영관리팀 사무실에 들어서자, 몇몇 동료들이 삼삼오오 모여 있었다. 전날 있었던 민정운 후보의 TV토론 이야기가 한창이었다. “어제 민 후보 토론 봤어요?” 누군가 물었다. 박진수는 기다렸다는 듯 끼어들었다. “봤지! 정말 감동이더라. 슬로건 들었어? ‘올바른 대한민국, 바르게 돌려놓겠습니다.’ 우리 같은 서민들이 얼마나 기다려온 말인지 몰라.” 그의 목소리에 열기가 섞였다. 주변 반응은 예상보다 차분했다. 몇몇은 고개를 끄덕였지만, 눈빛은 묘하게 피로해 보였다. 점심시간 후 사무실로 돌아온 박진수는 자리에 앉자마자 스마트폰을 켰다. 민주당 시민운동 카톡방에는 수십 개의 메시지가 쌓여 있었다. 그는 코털아저씨 영상 링크를 재빠르게 올렸다. “이거 다들 보셨죠? 감동입니다. 우리가 바르게 돌려놓을 때입니다!” 몇몇 ‘좋아요’ 이모티콘이 올라왔다. 그러나 평소 활발하던 몇몇은 그날따라 반응이 없었다. “왜 반응이 없지? 요즘 다들 정치 의식이 흐려졌나.” 괜히 기분이 상한 듯한 마음을 달래려 다시 코털아저씨의 다른 영상을 클릭했다. 퇴근길. 박진수는 다시 이어폰을 귀에 꽂았다. 코털아저씨는 이번엔 검찰과 언론을 향한 거친 비판을 쏟아내고 있었다. “이번 선거는 단순한 싸움이 아닙니다! 우리 아이들에게 어떤 세상을 물려줄 것인가의 문제입니다!” “맞아. 우리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그의 머릿속에는 딸 소연의 웃는 얼굴이 떠올랐다. 그 작은 얼굴을 보며 결심한 바가 있었다. “이제는 다르게 살아야 해. 바르게.” 집으로 돌아오니 저녁 준비가 한창이었다. 식탁에 앉은 그는 자연스럽게 거실 TV를 켜고 유튜브를 연결했다. 코털아저씨의 최신 방송이 자동으로 재생되었다. 아내 김수진이 주방에서 슬쩍 말했다. “여보, 요즘 그 유튜브 너무 자주 보는 거 아니야?” 박진수는 눈도 떼지 않은 채 대답했다. “이게 진짜 뉴스야. 여기서라도 현실을 알아야지.” 아내는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녀의 얼굴에는 미묘한 그늘이 드리워졌다. 저녁 식사 후, 딸 소연은 신나게 학교 이야기를 했다. 그러나 박진수는 휴대폰으로 시민운동 카톡방에 또 다른 코털아저씨 영상을 공유하며 활발히 활동 중이었다. 아내는 그런 그를 조용히 바라볼 뿐이었다. 거실에 홀로 앉아 한강 야경을 바라보던 박진수는 문득 이상한 소리를 들었다. ‘톡… 톡…’ 작은 물방울이 떨어지는 소리였다. 그는 고개를 들어 천장을 바라보았다. 천장 모서리에 작은 물방울이 맺혀 있었다. 방울은 또르르 흘러내렸다. “입주 청소 때 뭐 제대로 안 닦은 건가?” 그는 고개를 저었다. 입주 청소 업체를 부른 걸 떠올렸다. “그때 분명 청소할 때도 조금 허술해 보이더니… 뭐, 별일 아니겠지.” 박진수는 다시 시선을 거실로 돌렸다. 그러나 이번에는 왠지 영상 소리가 귀에 잘 들어오지 않았다. 그는 볼륨을 조금 더 높였다. “올바른 대한민국, 바르게 돌려놓겠습니다.” 그 슬로건이 다시 귀에 또렷이 울렸다. “`

한강뷰 – 제1화

한강뷰 제1화 12년의 통장 아버지는 서울시청 9급 공무원이었다. 정년까지 그 일을 했다. 성실했고, 근면했으며, 누구보다 정직했다. 그러나 집은 한 채도 없었다. “진수야, 서울 집값은 너무 올랐다. 곧 떨어질 거야. 그때 사면 돼.” 그 말은 아버지의 입버릇이었다. 초등학교 2학년 무렵부터 그 말을 들으며 자랐다. 시장으로 가던 길에서도, 명절 친척 집으로 가는 차 안에서도, 일요일 늦은 오후 가족이 거실에 모였을 때도, 그 말은 틈만 나면 흘러나왔다. 처음엔 그저 “또 같은 얘기네” 싶었다. 그러나 해가 바뀌고 또 바뀌어도, 아버지의 말은 바뀌지 않았다. 고등학생이 된 어느 겨울날이었다. 종로에서 학원 수업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 버스 창밖으로 함박눈이 펑펑 쌓이고 있었다. 옆 자리에는 아버지가 앉아 있었다. 손에는 신문. 경제면 한 귀퉁이를 접어가며 기사를 훑고 있었다. “10년 주기라는 말도 있지 않냐. 기다리면 된다.” 진수는 그 순간 아버지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아버지의 눈빛은 초조했고, 신문을 쥔 손가락은 떨리고 있었다. “기다리다 늙었다. 결국 아버지에겐 집이 없었다.” 그때부터였다. 진수 안에 서늘한 다짐이 자리 잡기 시작한 것은. “나는 반드시 내 집을 산다. 절대 아버지처럼 되지 않겠다.” 그 다짐은 대학 시절에도 변하지 않았다. 경제학 개론 수업을 들으며, 주택 시장 흐름을 공부했다. 청약 제도, 대출 규제, 금리 흐름. 그 모든 것이 그의 관심사가 되었다. 동기들이 데이트를 하고, 여행을 준비할 때, 진수는 가계부를 적고, 부동산 카페를 뒤졌다. 첫 월급을 받았을 때, 그의 다짐은 더욱 단단해졌다. 봄비가 내리던 첫 월급날. 퇴근 후, 동기들은 술집으로 몰려갔다. “진수야, 첫 월급 받았는데 한잔해야지.” 경영관리팀 선배 최대리가 어깨를 툭 쳤다. 진수는 미소를 지었다. “죄송해요, 오늘은 부모님 뵈러 가야 해서요.” 거짓이었다. 그는 곧장 은행으로 향했다. 비에 젖은 셔츠가 몸에 달라붙었다. 은행 안으로 들어가자 싸늘한 에어컨 바람이 스쳤다. 순서를 기다리며 핸드폰을 확인했다. “월급 입금되었습니다.” 그 문구가 온몸에 전율처럼 퍼졌다. 창구 직원이 통장을 건넸다. 그는 통장 안의 숫자를 바라보았다. “여기서부터 시작이다.” 그날 이후, 그의 삶은 전투가 되었다. 📉 12년 절약의 기록 커피 한 잔도 사치 택시는 금기 회식은 ‘급한 일’로 회피 매일 가계부 기록 부동산 트렌드 매일 체크 12년이 흘렀다. 8억 원. 그것이 그의 통장에 찍힌 숫자였다. 수많은 유혹이 있었다. 그러나 그는 단 한 번도 흔들리지 않았다. 리버바이성동. 성동구 한강변. 17억짜리 매물. 사진 속 리버뷰가 그의 숨을 턱 막히게 했다. 84㎡ 국평. 거실 통유리 너머로 한남대교가 한눈에 들어왔다. “국평이다. 드디어 우리도 국평이다.” 그는 결심했다. “지금 아니면 평생 못 산다.” 며칠 뒤. 리버바이성동 매매 잔금을 넣었다. 입주 당일. 이삿짐 트럭이 아파트 정문에 도착해 있었다. 잔금에 대한 영수증과 열쇠를 손에 쥐었을 때, 손끝이 떨렸다. 엘리베이터 앞에서 아내 김수진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대출은 괜찮겠지…?” 박진수는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대출은 걱정 말고, 내가 갚아나간다. 나 이래 봬도 홈바이홈 차장이야.” 아내는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눈빛에 걱정을 담고 있었다. 현관문이 열렸다. 거실로 들어서자, 그는 얼어붙은 듯 멈췄다. 통유리 너머로 한강이 한눈에 들어왔다. 오른쪽 끝으로는 한남대교의 실루엣이 또렷했다. 그는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거실 유리창 앞에는 유리난간이 설치되어 있었다. 그때 갑자기 띵동. 현관 벨이 울렸다. 문을 열자 경비아저씨가 모자를 벗으며 말했다. “저기… 유리난간 동의받았답니까? 관리사무소 기록에는 이게 없는데…?” 박진수는 순간 움찔했다. 그러나 곧 표정을 바로잡았다. “아, 그건 제가 설치한 게 아니라 전주인이 설치해 놓은 겁니다. 저도 아직 확인을 못 해서요. 일단 전주인한테 한번 알아볼게요.” 그는 그렇게 말하며 휴대폰을 꺼냈다. 경비아저씨 앞에서 전주인에게 전화를 거는 시늉을 했다. 물론 진짜로 알아볼 생각은 없었다. 속으로는 흡족한 마음이 퍼졌다. “이게 바로 리버뷰 맛집이지. 괜히 괜한 걸 건드릴 필요는 없지.” 경비아저씨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 예. 알겠습니다. 다른 입주민 쪽에서 문의가 들어와서요.” 그는 모자를 고쳐 쓰고 계단 쪽으로 내려갔다. 문을 닫고 돌아선 박진수는 작은 미소를 지었다. 유리난간 너머로 빛나는 강물을 바라보며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오히려 좋아.” 그때 딸 소연이 뛰어나왔다. “아빠아~~ 여기 진짜 호텔 같아! 나 이 집에서 계속 살래!” 소연은 통유리 앞으로 달려가 두 손을 유리에 척 붙였다. 박진수는 가슴이 벅차올랐다. 그는 소연을 번쩍 들어 올리며 말했다. “그럼~ 여기는 우리 집이야. 우리 집! 우리 집이 바로 호텔이야.” 아내 김수진은 조용히 식탁 위에 놓인 잔금 영수증을 바라보았다. 늦은 밤. 거실에서 텔레비전을 보던 박진수는 문득 고개를 들어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천장 모서리에 작은 물방울 하나가 맺혀 있었다. 방울은 금세 흘러내렸다. “입주 청소 때 뭐 제대로 안 닦은 건가?” 그는 그렇게 생각하며 고개를 저었다. 입주 청소 업체를 부른 걸 떠올렸다. “그때 분명 청소할 때도 조금 허술해 보이더니… 뭐, 별일 아니겠지.” 박진수는 다시 시선을 텔레비전으로 돌렸다. 크게 신경 쓸 일은 아니라고 스스로 넘겼다.

YUZA NOMAD